금융위 "금융시장 영향 제한적…무궁화신탁 특유의 취약성"
다음달부터 P-CBO 지원 대상에 부동산 신탁사 포함"
자체 정상화보다는 제3자 인수 가능성…"잠재적 수요 있어"
[서울=뉴시스]우연수 김형섭 기자 = 금융당국이 부동산신탁업계 6위인 무궁화신탁에 적기시정조치로 경영개선명령을 부과했다. 무궁화신탁은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체 정상화나 회사 매각 계획을 수립해 40영업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정레회의를 열어 무궁화신탁에 대한 경영개선명령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적기시정조치란 건전성이 악화돼 부실 소지가 있는 금융사에 경영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취하는 조치다. 자본건전성 부실 정도에 따라 권고·요구·명령의 3단계로 나뉘는데 무궁화신탁에 내려진 경영개선명령은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높은 단계의 조치다.
경영개선명령을 부과받은 무궁화신탁은 유상증자 등 자체 정상화나 객관적 실사를 거쳐 제3자 인수 등을 추진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반영한 경영개선계획을 내년 1월24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유상증자, 자회사 정리 등을 통한 자체정상화 추진 ▲합병,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 제3자 인수 계획 수립 및 이행 ▲영업용순자본 감소행위 제한 ▲내년 5월26일까지 차입형·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신규 영업정지 등의 조치 요구가 경영개선명령에 담겼다.
금융당국은 무궁화신탁에 적기시정조치를 취한 것은 추가적인 부실화를 예방하고 재무·건전성을 개선토록 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이후 금융당국은 부동산신탁사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지난해부터는 주기적 스트레스 테스트도 실시했다. 무궁화신탁은 그중에서도 가장 취약도가 높은 신탁사로 분류돼 자금관리계획 징구 등의 관리가 이뤄져 왔다.
그럼에도 무궁화신탁의 유동성·건전성 문제가 계속되자 금감원은 지난 8월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무궁화신탁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9월말 기준 69%로 경영개선명령 기준인 100%에 미달한 것이 확인됐다.
이는 무궁화신탁이 보고·공시한 NCR 125%에서 자산건전성 재분류, 시장위험액 과소 계상 부분 등을 시정한 결과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브리핑에서 "무궁화신탁의 경우 2020년 이후 부동산 호황기에 책임준공 확약이라는 신탁 업무를 무분별하게 늘렸다가 2022년 하반기부터 PF 시장이 어려워지니까 자금 부담이 가중돼 적자로 전환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금리 차입을 하면서 유동성에 큰 문제가 발생했는데 대주주가 개인 대주주로서 자본력이 취약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적기시정조치는 NCR이 150% 미만이면 내려지는데 100% 미만이면 경영개선명령을, 120% 미만이면 경영개선요구를, 150% 미만이면 경영개선권고를 취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무궁화신탁에 대한 검사 종료 후 파견감독관을 보내 자체정상화나 제3자 인수 등 경영개선명령 이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감독할 계획이다.
내년 1월24일 이후 계획서를 제출받으면 경영평가위원회가 평가해 승인 또는 부결 결정을 내리게 된다. 승인이 되면 자체 증자나 제3자 매각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 불승인시엔 임원 집무집행정지 및 관리인 선임, 예금보험공사 알선을 통한 매각 추진, 일부 사업장 계약 이전, 잔여 사업장 청산 및 무궁화신탁 인가 취소 등 시나리오를 밟게 된다.
정부는 이번 경영개선명령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부동산신탁사의 고유계정과 신탁재산은 도산절연 돼 있다.
무궁화신탁 정상화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업장은 총 67개, 차입형 사업장 32곳과 책임준공형 사업장 35곳이다.
사업성과 공사 진행도가 양호한 사업장은 기존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 미착공 등 사업장의 경우 대주단과 위탁자, 시공사가 협의해 계속 진행하거나 신탁사를 교체, 재구조화, 정리 등을 추진할 수 있다. 사업장 재구조화 과정에서 지원 요건이 충족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펀드', 'PF 신디케이트론' 등도 활용될 수 있다.
이미 분양이 진행돼 분양 계약자가 있는 사업장 26개 중 5개 사업장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에 가입돼 있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 약정이 있는 상태다.
여타 21개 사업장 중 4개는 비주거 사업장이다. 법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 비주거의 경우 분양 계약자의 분양 대금이 최우선으로 정산되도록 보장돼 있다. 정부는 책임 범위 내에서 분양 계약자 권리가 최대한 보호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무궁화신탁이 공사 중인 사업장 42곳과 관련해선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처한 원도급사 또는 협력업체에 대해 금융권 신속지원(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지원을 추진한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적기시정조치로 정상적인 부동산 신탁사들까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프라이머리 자산담보부증권(P-CBO) 지원 대상에 부동산신탁사를 포함해 운영하기로 했다.
정부는 무궁화신탁을 제외한 여타 신탁사로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무궁화신탁을 제외한 부동산신탁사 13개의 평균 NCR은 537.3%로 규제 수준(150%)을 크게 웃돌고 있다.
권 사무처장은 "2020년 10월 이후 PF 연착륙 과정의 큰 흐름 속에서 일어나는 아주 작고 예견된 어려움의 정상화 과정으로 이해해달라"며 "정부가 충분히 관리·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무궁화신탁에 내린 경영개선명령과 관련해 금융당국은 자체 정상화보다는 제3자 인수 쪽에 더 큰 가능성을 두는 모습이다. 개인 대주주 특성상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체 정상화가 어렵다고 보는 분위기다.
권 사무처장은 "증자를 통한 자체 정상화는 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제3자 매각을 해야 되지 않을까 본다"며 "경영개선명령을 내리는 과정에서 제3자 매각을 위한 노력들이 상당히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신탁에 대한 잠재적인 수요는 금융지주 계열들에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빨리 실사를 하면 (경영개선계획 제출까지) 40일의 기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NH농협, Sh수협, JB금융, BNK금융, DGB금융 등이 신탁사를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