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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여가부 산하 기관이 가족친화기업 박탈 위기···'직장 내 괴롭힘' 의혹

입력 2024.10.31. 05:30
여가부 산하 공공기관…인증 10년 만에 재심사 대상 올라
상임이사 보고 '패싱'하고 허위보고했다고 부장→부원 강등
노동위 "부당인사"…인사복원 안 해 이행강제금 1천만원 부과
피해자, 상임이사 상대 직장 내 괴롭힘 신고…과태료 400만원
국회 여가위 국정감사서 질타…가해자는 "그런 사실 없다" 부인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지난해 5월22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에 위치한 업무 시설을 공개하고 있다. 2024.05.2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건강가정진흥원(한가원)이 가족친화인증기업으로 선정된 지 10년 만에 인증 취소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있었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그 이유인데, 가해자는 "그런 일이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3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여성가족부 가족친화인증위원회는 최근 한가원을 가족친화인증기업 재심사 대상에 올렸다.

가족친화인증제도는 2008년 도입된 것으로, 여가부가 근로자의 일·가정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을 선정해 인증하는 제도다. 국가계약상 업체 선정에서 가점을 받고, 신용평가 반영 및 보증료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가부 고시 '가족친화기업 등 인증기준'에 따르면, 인증 기업이 최소 요구사항을 지키지 않는 경우 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 여기에는 ▲주40시간 근로시간 준수 ▲육아휴직 제도 보장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위반 등 15가지 사유가 있다.

한가원은 2014년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은 뒤 계속해서 인증을 유지했으나, 최근 재심사 대상에 올랐다. 그 이유는 지난해 불거진 부당전보와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때문으로, 뉴시스가 5월 <여가부 산하 기관, '부장→부원' 갑질 인사 판정…1천만원 폭탄>으로 단독 보도하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는 독립법인으로 분리됐으나 당시 한가원 산하에 있던 양육비이행관리원(이행원)의 소속 변호사 처우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슈가 됐고, 여가부에서는 한가원에 이행원 변호사 처우에 대한 분석 자료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전략기획부장이었던 A씨가 자료 작성 총괄을 맡게 됐는데, 사내 자료 취합이 잘 되지 않자 A씨의 부하직원인 B씨가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자료를 취합,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한다. 유사한 업무를 하는 법무부 산하 기관인 법률구조공단의 변호사와 처우 비교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보고서는 여가부에 전달됐는데, 당시 한가원 상임이사였던 전주원 이행원장이 문제를 삼으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A씨는 이사장으로부터 본부장 보직을 제안 받았으나 전 원장이 해당 보고서가 '허위사실'이라며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A씨가 승진돼서는 안 된다며 주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한가원은 해당보고서에 대한 윤리감사를 시작했다.

한가원은 지난해 5월2일 A씨가 보고서를 전 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보고서 내 일부 오류가 있었음에도 이를 수정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A씨는 당일 전략기획부장에서 소통협력실 부원으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부장에서 부원이 된 것이다.

A씨는 이 같은 인사가 부당인사라며 노동위에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초심인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와 재심인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모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위는 "조직도상으로 보고체계가 전략기획부, 경영혁신본부, 상임이사 순으로 나와있는데 상임이사를 겸하고 있는 이행원장에게 보고해야 할 주체는 A씨가 아니라 경영혁신본부장"이라며 "달리 A씨가 직접 이행관리원장에게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 밖에도 A씨가 2022년 한 해를 제외하고 인사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점과 사측이 보고서 미흡성 등에 대해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인사명령 직전에 본부장 보직까지 제안한 점 등을 들어 부당인사라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한가원은 중노위 결정 이후에도 A씨를 원직으로 복귀하는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중노위로부터 10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 받기까지 했다. 이후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제기하는 행정소송까지 냈다. 당시 한가원 이사장은 공석이었고, 상임이사인 전 원장이 이사장 직무대리를 맡은 상황이었다.

이와 별도로 A씨는 전 원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서울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냈는데, 서울청에서는 전 원장이 A씨를 질책하면서 사용한 '범죄자' 등 발언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전 원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이행하라고 지적했으나, 한가원은 이 마저도 이행하지 않아 두 차례의 과태료 총 400만원을 부과 받았다.

노동위와 고용청의 과태료 및 이행강제금은 기관을 상대로 부과되는 것으로, 세금으로 운영되는 한가원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신영숙 여성가족부 장관 직무대행이 지난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4.10.30. kch0523@newsis.com

이 사건은 전날(30일) 열린 국회 여가위의 여가부 상대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본부장 보고 후 제출된 문건이고 부처(여가부) 서기관에게도 한계가 있다고 보고된 사안을 두고 개별 소속원에게 '공소시효', '전과자'를 운운하며 책임을 지우는 게 정당하다고 보느냐"며 "양육비선지급제 예산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다른 것도 아니고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이렇게 국민 세금을 쓰는게 맞느냐"고 지적했다.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 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해명했다. 그는 "공소시효니 전과자니 하는 표현을 당사자에게 직접 쓴 사실이 없다"며 "그 보고서는 이행원 7년차 변호사의 급여와 법률구조공단 3년차 변호사의 급여를 비교해 마치 비슷한 처우를 받은 것처럼 조작해 낸 보고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사장님이 그 사실을 알고 감사실에 조사를 요청했고, 감사실 조사 후 직원들의 평판조회를 들은 후 결정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전 원장이 이 부분에 대해 전혀 본인의 과실이 없다는 취지로 얘기하시는 것 같은데 좀 안타깝다"고 했다.

같은 당 서범수 의원 역시 이행강제금과 과태료 처분에 대해 질타했다. 또 현재 전 원장이 여전히 이행원장에 있는 것을 두고 "왜 갑질한 인사를 여가부에서 과태료에 이행강제금까지 내주면서 잡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신 차관은 "산하 기관 관리감독을 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무겁게 생각한다"며 "제대로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전 원장은 공식 임기가 끝난 상태로, 여가부는 새 이행원장 선임 절차 중이다.

한편 1년6개월 가까이 공석이었던 한가원 이사장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브리핑'을 도맡았던 박구연 전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21일 취임했다. 박 이사장은 최근 피해자 A씨를 만나 기관 차원의 사과를 전달하고, 다시 A씨를 부장으로 원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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