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35주년 창간기획
옛 전일방 부지 개발 어디까지 왔나
'방직 메카'서 구도심 슬럼화 '상징' 오명
초현대적 복합문화상업공간으로 재탄생
사전협상 마무리 임박 '공간경쟁력' 핵심
3高에 협상 난항…"폭넓은 공공기여 필요" 일제시대부터 오랫동안 '방직 메카' 명성을 이어왔던 광주 북구 임동 옛 전남·일신방직 공장자리에 상징성 있는 역사공원과 랜드마크타워, 특급호텔, 복합쇼핑몰, 주상복합 등이 들어서면 광주의 핵심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옛 전남·일신방직(옛 전일방) 부지 개발 사업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이후 광주의 도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최대의 사건이고, 당분간은 없을 것이다." 광주지역의 한 건축계 인사가 표현한 말처럼 옛 전일방 부지 개발 사업은 특·광역시 중 하위권으로 평가받는 광주시의 도시경쟁력 '체급'을 단번에 올릴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광주에 없던' 것을 넘어서 광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계획 변경을 위한 사전협상 마무리가 임박한 가운데 전일방 개발이 어디까지 왔는지, 걸림돌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이동인구 '3천만' 관광도시 '도약'
옛 전방·일신방직 공장부지는 일제시대인 1930년대 중반에 조성돼 광주를 대표하는 '방직 메카'로 역사성과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전남방직과 일신방직이 공장을 이전하고 난 후에는 광주 구도심의 슬럼화를 상징하는 대표 공간이라는 오명을 받아왔다.
그러다 2021년 광주시와 옛 전일방 부지를 사들인 사업자인 휴먼스홀딩스PFV가 이곳을 초현대적인 '복합문화상업공간'으로 만들기로 하고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대상지로 선정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옛 전일방 부지 29만 6천340㎡에 50층 규모의 특급호텔과 랜드마크타워, 복합쇼핑몰(상업시설), 고급주상복합, 지식산업센터, 업무시설과 함께 근대 공장 일부를 역사공원으로 보존하기로 했다. 단번에 '광주에 없던' 5성급 특급호텔과 초고층빌딩, 복합쇼핑몰이 한꺼번에 들어서는 것이다.
이에 더해 옛 주요 공장들을 역사공원과 현대적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하면서 국내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근대와 초현대 시설이 어우러지는 공간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군다나 해당 부지 옆에는 국내 프로야구의 상징 격인 기아타이거즈의 홈구장인 '챔피언스 필드'가 있고, 광주천을 따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까지 이어진다. 역사적으로 상징적인 공간에 주거와 상업, 업무, 문화, 체육 등이 복합되는 곳은 국내 유일무이하다.
특히 현대백화점그룹이 입점을 희망하고 있는 '더현대 광주'는 앵커 시설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휴먼스홀딩스와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11월 복합쇼핑몰 사업 '챔피언스 시티'를 광주시에 제안했다.
제안서에는 특급호텔과 문화복합몰 '더현대 광주', 역사문화공원, 스트리트몰, 야구의 거리 조성 계획이 담겼다. '더현대 광주'의 경우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복합몰을 선보이겠다고 했는데, '더현대 광주'는 연면적 약 9만평으로 서울의 1.5배로 예정됐으며 연간 방문객 3천만명 유치를 목표로 한다.
휴먼스홀딩스와 현대백화점그룹이 광주시에 제안한 '챔피언스 시티' 마스터플랜. 무등일보DB
◆사전협상 공공기여 협상 마무리 임박
개발 사업은 내년 말 공사 착공을 목표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 광주시와 휴먼스홀딩스 공업지역을 상업지역 등으로 바꾸는 도시계획 변경에 따른 차액을 공공기여로 환수하기 위한 사전협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 광주시는 사전협상 핵심인 공공기여 비율의 근거가 되는 용도 변경 전후의 토지 감정평가를 완료했다. 현재 공업용지인 사업지를 상업지역이나 주거지역 등으로 종상향하게 될 경우 토지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차액(조례상 40~60%)을 공공기여로 회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광주시는 도시계획변경에 따른 토지 가치 차액을 계산하기 위해 지난 8월 감정평가업체를 선정해 토지 감정평가를 진행했다. 광주시가 선정한 한 곳과 사업자 측에서 선정한 한 곳의 감정평가를 산술 평균 냈다.
당초 광주시는 9월 전까지 공공기여분을 확정하고 사전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사업자가 감정평가 결과에 이의신청을 제기하면서 다소 늦어졌다. 사업자 측은 광주시가 진행한 감정평가 결과가 사업자 측에게 과도하게 불리하게 나왔다는 주장이었다.
다만, 최근 광주시와 휴먼스홀딩스는 감정평가를 재실시하며 시간과 비용을 들이기보다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는 데 더 큰 실익이 있다는 데 공감대를 모으고 막바지 사전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대신 사업자 측은 공공기여 협상에서 광주시가 유연하게 적용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휴먼스홀딩스 관계자는 "협상조건에 특급호텔과 상업시설(복합쇼핑몰), 기업 유치 등이 있는데 사업자 입장에서는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면서 "단순히 총액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폭넓게 공공기여를 인정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계에서도 공공기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배훈천 광주시민회의 대표는 지난 14일 광주시의회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역사공원, 랜드마크타워, 공연장, 야구의 거리 등 준공공형 상업시설에 대해서도 공공기여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여는 물론 사전협상 전반이 '공간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광주지역 건축인들로 나무심는건축인의 박홍근 대표는 "시민들의 여론을 충족시켜주는 것도 좋지만 여론에서는 인기가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시민들을 위해 필요한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공실 문제를 피해갈 수 없게 될 주상복합의 비주거(상가) 시설을 도시건축미래관(도시홍보관)과 도시전망대 등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이나 연구시설, 공공청사 등으로 공공기여로 받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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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고(高) 현상에 높아진 리스크 어떻게
다만 옛 전일방 부지 개발이 순조롭게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 세계적인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상이 지속되면서 사업자의 '위험 부담'(리스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업자 측이 광주시가 실시한 감정평가 결과를 두고 크게 반발한 것도 결국은 대내외적인 위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최근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국내 PF 조달금리가 상승하면서 사업자 측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건설비가 폭등한 것도 압박받는 지점이다. 사업자는 토지 용도 변경에 따른 차액을 '사전협상'을 통해 역사공원 조성과 건축물 보존·활용, 현금 등 공공기여분으로 내놓는다. 조성 비용이 증가하게 되면 사업자 측이 실질적으로 내놓는 공공기여가 늘어나게 된다.
또한 부동산 분양 상황이 악화되는 점도 사업자로서는 우려되는 부분이다. 사전협상이 올해까지 마무리될 경우 약 6개월에서 1년여 동안 인허가 과정이 진행된다. 내년 혹은 내후년 분양이 예상된다. 문제는 적지않은 전문가들이 내년 이후부터 분양 경기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당 부지에 들어서는 주거시설(주상복합)의 경우 국제설계 등을 통해 진행하게 되기 때문에 고분양가는 불가피하다.
휴먼스홀딩스의 한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환경이 너무 안 좋아져서 옛 전일방 부지 개발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는 내부에서도 크지 않은 게 사실이고 오히려 적자를 볼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해당 부지 개발을 성공적으로 끝내야 할 수밖에 없고 광주시로서도 도시경쟁력을 위해서나 시민을 위해서나 청사진대로 개발이 이뤄져야 하므로 사전협상이 무사히 잘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로서도 사업자의 사업 환경 악화는 고민거리다. 사업자의 위험부담이 클수록 수익성과 공공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사전협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강기정 광주시장은 무등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공공성을 노려야 하고 사업자의 수익성도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에 두 측면을 균형감 있게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시는 이르면 이달 중 공공기여 비율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공공기여 협상을 마무리하면 공동위원회 심의를 받고 사전협상이 마무리된다. 이후 내년 6월까지 관계기관 협의, 환경영향·교통영향평가를 실시한 후 재해영향성을 검토하고 도시계획·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6월까지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