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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얼어붙은 내수···올해는 수출·생산도 불안하다

입력 2025.02.03. 18:09
소매판매 3년째 마이너스…수출이 경제 견인
12월 생산·투자 반등…계엄사태 충격 크지 않아
기재부 "이자율↓ 임금↑, 소비에 긍정적 측면"
"수출 흔들리면 생산·소비 모두 위험" 비관론도 제기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설 연휴를 앞둔 23일 전북 전주시 모래내시장이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01.23. pmkeul@newsis.com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고물가와 내수 경기 위축으로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서 소매판매가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장기 부진의 늪에 갇힌 모양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도 12월 생산과 투자가 반등한 것이다. 지난해 호조를 나타낸 수출이 생산과 투자를 견인했다.

하지만 올해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비관론은 여전히 강하다. 그동안 버팀목 역할을 해준 수출이 흔들릴 경우 생산과 소비가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지난해보다 더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0.3%)과 2023년(-1.5%)에 이어 3년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감소폭은 카드대란 사태가 있었던 2003년(-3.2%) 이후 가장 컸다.

내수가 부진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수출이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했다. 연간 전산업생산 증가폭은 1.7%에 그쳤다. 2023년(1.0%)에 이어 2년 연속 1%대다. 수출 출하(4.0%)가 부진한 내수 출하(-2.0%)를 보완했다. 국내 경기 부진에 따른 건설기성(-4.9%) 감소와 기업 수출 호조에 따른 설비투자(4.1%) 증가라는 결과가 뚜렷하게 대비됐다.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0.3% 감소한 491억2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수입은 6.4% 줄어든 510억 달러를 올렸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8억9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2022년 10월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15개월 연속 플러스를 지속한 이후 올해 들어 16개월만에 플러스 기조가 끊어졌다. 무역수지는 19개월 연속 흑자를 마감하고 20개월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2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컨네이너가 쌓여 있다. 2025.02.02. amin2@newsis.com

하지만 지난해 12월 월간 주요 지표는 예상을 깨고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감소했지만,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2.3% 증가하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끝으로 반등했다. 설비투자는 9.9%, 건설기성은 1.3%씩 늘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생산·소비·투자 지표에서 올해 우리 경제가 내수 부진을 떨쳐내고 반등에 성공할 가능성을 읽고 있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은 "(12월에) 소비 심리가 위축됐는데 전월 코세페(코리아세일페스타) 행사(가 종료된 데 따른)의 영향도 있다"며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을 계량하기는 어렵다. 큰 폭으로 반등할 수 있었는데 못한 것 일수도 있고, 심리는 위축됐는데 실물 경제 하락이 크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 과장은 또 "긍정적인 면은 이자율이 떨어지고 있고 임금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며 "그게 확연해지면 소매판매도 긍정적으로 올라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CES 2025 SK하이닉스 전시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제공) 2025.01.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여전히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지난해 12월 생산·투자 지표는 호조를 나타냈지만 동시에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경제 심리 위축 현상도 감지됐다.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선행 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2포인트(p) 하락했다. 또 설비투자의 선행지표 성격인 국내기계수주(-5.4%)와 건설투자의 선행지표 성격인 건설수주(-26.0%)가 모두 크게 감소했다.

또 수출이 생산에 기여하는 정도가 높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 등의 여파로 수출마저 흔들린다면 생산과 소비가 동반 부진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호조를 보였던 수출은 올해 1월 들어 10.3%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건설과 설비투자는 선행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다. 그렇다면 좋은 신호는 아니다. 생산 쪽에서도 내수 출하는 마이너스였는데 수출 출하가 플러스를 기록하면서 끌고갔다"며 "만약 어떤 이유로 수출이 나빠진다면 생산까지도 마이너스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주 실장은 "1월 수출 지표에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영향은 없었다. 트럼프의 영향이 없더라도 수출 경기 자체가 부진하다는 것"이라며 "4월부터 (관세 정책의) 영향이 들어가면 더 빠르게 내려갈 수 있다. 올해는 수출도, 내수도 지난해보다 더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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