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박기웅 이영주 김혜인 기자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광주지역 곳곳에 마련된 시험장 앞에서는 수험생들을 향한 따뜻한 응원이 이어졌다.
여느 해와 같이 수험생들은 교문 앞에서 가족과 교사의 진심 어린 응원과 격려를 받으면서 시험장으로 들어섰다.
이날 오전 광주 남구 진월동 대성여자고등학교(26지구 제26시험장) 정문. 분주하게 울리는 교통경찰의 호루라기 소리 속에서 차분한 응원전이 이어졌다.
수능 한파는 없었지만 자녀를 시험장에 들여보낸 학부모들의 얼굴에는 찬 바람을 맞은 듯 긴장이 서려있었다. 자녀를 배웅하러 온 일부 학부모들은 담담한 척 "잘보고 와"라고 인사를 건넸지만 이내 뒤돌아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간 입시 공부로 마음고생이 심했을 수험생 딸을 말 없이 바라보다 꼭 안아주는 아버지, 이미 교문이 닫혔는데도 여전히 발길을 떼지 못한 채 서성이는 어머니도 있었다.
새벽부터 정성껏 준비한 도시락을 쥐어주던 한 어머니는 "딸아 사랑한다. 엄마는 잘해도 네편, 망해도 네편!"이라며 잔뜩 움츠러든 딸의 긴장을 풀어줬다.
손에 쥔 핫팩을 쉼없이 만지작 거리거나 요약 정리한 노트를 한참 바라보다 교문을 들어서는 등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 수험생들이 많았다.
반대로 수험생활의 마침표를 찍기라도 하듯 정문을 배경삼아 '인증샷'을 남기며 그동안의 짐을 내려놓으려는 수험생들도 눈에 띄었다.
응원을 나온 교사들도 수험생들에게 엿과 초콜릿 등 간식을 나눠주며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시험 잘봐라잉~"이라며 익살스럽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응원에 나선 최종빈(39) 송원여고 교사는 "재수생 많다 보니 등급을 맞추기도 어렵고 긴장하면 내 마음처럼 안되는 경우가 있다"며 "그동안 해왔던 대로 다들 실수 없이 잘하고 나왔으면 한다. 모두 최선을 다해 원하는 점수에 도달하길 바란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설월여자고등학교 3학년생 박유민 양은 "첫 시험인 국어가 가장 긴장되고 떨린다. 첫 과목 마음을 다잡고 집중해 마지막까지 페이스 조절을 잘 했으면 좋겠다"면서 "미련을 남기지 않고 속 시원하게 시험장을 나올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학부모 오애경(54·여)씨는 "우리 딸이 수능을 본다고 너무 많이 긴장을 했다. 수년간 오직 이날을 위해 달려온만큼 떨지 말고 본인 실력을 모두 발휘했으면 한다"며 "열심히 해왔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시험장을 잘못 찾아오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인근 동성고등학교로 가야하는 한 수험생은 대성여고에 도착해 교문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했다.
그 모습을 발견한 교통경찰은 "제가 바래다 줄께요. 가까워서 금방 갑니다"라며 진정시킨 뒤 기동차량을 수험생을 태워 황급히 이송하기도 했다.
같은 날 광주 서구 화정동 광덕고등학교 교문 앞에서는 수험생을 위한 응원전이 열렸다.
석산고 3학년 담임 교사 차재형(54)씨와 2학년 후배들은 시험장에 들어서는 선배 수험생들에게 '꽃길만 걷자' '수능대박' '걱정마'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응원을 받은 한 수험생은 휴대전화를 꺼내 차씨와 셀카를 찍었다. 곧 이어 차씨를 격하게 끌어 안으며 말 대신 그동안의 감사를 전했다. 차씨는 "감개무량하다. 너의 노력이 가장 빛나는 날이 되길 바란다"며 제자의 등을 어루만지는 뭉클한 모습도 연출됐다.
교문에 들어서는 아들의 뒷모습을 한없이 바라보던 한 어머니는 뒤돌아 눈가에 맺히 눈물을 닦으며 차에 올라탔다. 휴대전화로 찍은 아들의 모습을 한참 더 바라본 뒤에야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시험이 치러질 교실에서도 긴장감과 고요함, 적막감이 감돌았다. 밤잠을 설친 수험생들은 잠을 쫓기 위해 눈을 부비거나 컨디션 조절을 위해 쪽잠을 선택하기도 했다.
막판 스퍼트를 내기 위해 요약 정리 노트를 들여다보는 수험생부터 얼굴에는 긴장이 역력함에도 친구에게 "모의고사보다 안 떨린다"며 괜히 너스레를 떠는 수험생도 있었다.
교문이 닫힌 뒤에도 한참을 서있던 학부모 유귀선(56·여)씨는 "시험이 다 끝날 때까지 이 자리를 뜨지 못하겠다. 내가 보는 시험도 아닌데 긴장된다"며 "아들의 긴장까지 내가 대신 다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 아들이 오늘 떨지말고 차분하게 시험을 치러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광주에서는 38개 시험장에서 1만6846명이, 전남에서는 45개 시험장에서 수험생 1만3941명이 시험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