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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참사' 광주 학동 재개발 수사 1년 4개월 만에 마무리

입력 2022.10.27. 11:00

기사내용 요약

총 35명 검찰 송치…공사업체 임직원·감리·브로커 등 9명은 구속

불법 하청 구조 속 날림 철거, 관리·감독 소홀…총체적 부실 입증

참사 근본배경 된 짬짜미 입찰·'복마전' 재개발조합 비위도 규명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돼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119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축물에 매몰된 버스에서 승객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1.06.09.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시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철거건물 붕괴 참사의 책임·배경을 규명하기 위한 경찰 수사가 1년 4개월여 만에 종지부를 찍는다.

광주경찰청은 붕괴 참사를 둘러싼 직·간접적인 책임이 규명된 원·하청·불법 하청 공사업체와 재개발조합 관계자, 공정 별 정비업체, 브로커 등 35명을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중 원·하청 공사업체 관계자와 감리 등 5명, 입찰 담합·방해 등 조합 비위 연루 브로커 4명을 구속 송치했다. 나머지 26명이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붕괴 참사 발생 500여 일 만에 수사가 막을 내린 것이다.

◇ '총체적 부실' 날림 철거·감독 소홀 규명

지난해 6월 9일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정비 사업 구역 내에서 철거 도중 무너진 5층 건물이 주변 정류장에 멈춰 선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9명이 숨지고 기사 등 8명이 다쳤다.

참사 직후 광주경찰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71명 규모 전담 수사본부를 꾸렸다. 수사는 크게 붕괴 참사 직접 책임 규명과 배경으로 작용한 재개발조합 복마전 비위 등 두 갈래로 나눠 진행됐다.

강력범죄수사대는 붕괴 참사의 직접 원인으로 작용한 '주먹구구' 철거 공정과 총체적 안전 감독 부재 등을 집중 수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주먹구구' 철거 공정과 총체적 안전 감독 부재 등을 확인했다.

사전 검토와 철거 계획서 준수 없이 수평 하중(건물 뒤쪽에서 도로 방향으로 미는 힘)을 감안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철거 공정을 밀어붙였고, 이 과정에서 감리와 원청 HDC·하도급 업체 안전 관리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원·하청업체 관계자와 감리 등 9명을 검찰로 넘겼다.

구체적으로 ▲현대산업개발(현장소장·안전부장·공무부장) 3명 ▲하청사 '한솔' 대표·현장소장 2명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1명 ▲굴착기 기사(백솔 대표) 1명 ▲감리자 1명 ▲동구청 건축과 공무원 1명 등이다.

이 중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공정 감독 하청사 2곳(한솔·다원이앤씨) 현장소장, 백솔 대표(굴착기 기사), 감리자 등 5명은 구속 송치됐다. 나머지 4명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불법 하도급 철거업체인 백솔은 해체 계획서를 무시하고 무리한 철거 공정을 진행했고, 이를 알고도 원청·하도급 업체 현장 관리자들은 안전 감독을 소홀히 했다.

감리자는 단 한 차례도 현장 감리를 하지 않아 주어진 책무를 다 하지 않았다. 건축공무원은 전직 공무원 부탁을 받고 정해진 절차를 어기고 감리자를 임의 지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재판에 넘겨진 현대산업개발·하청 다원이앤씨 관련 입건자 4명은 지난달 징역 2년·금고 1~2년에 집행유예 2~3년을 선고 받았다. 하청·재하청 한솔·백솔 관계자와 감리 등도 징역 1년 6개월~ 3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검찰은 이에 불복 항소했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4구역 '철거 건물 버스 덮침 사고' 1주기를 하루 앞 둔 8일 오후 참사현장에 수풀이 우거져 있다. 사고현장에서는 9일 오후 4시부터 1주기 추모식이 열리며 발생 시간인 오후 4시22분에 맞춰 추모 묵념이 진행된다. 2022.06.08. hgryu77@newsis.com

◇ '짬짜미' 입찰 방해·담합 행위 확인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학동 4구역 재개발 각 철거 공정 별 불법 하도급 구조가 만연한 사실을 파악했다.

또 친분·이권을 매개로 계약 브로커들이 조합·시공사가 발주한 세부 철거 공정별로 '나눠 먹기'식 하청·재하청 계약을 맺고 조직적인 입찰 방해·담합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실제 공사에 참여하지 않고 지분만 챙기는 행위가 이뤄지면서 공사비가 대폭 줄었고, 결국 부실 철거로 이어져 붕괴 참사의 근본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경찰은 공사업체 선정 과정에서 알선 대가로 수 억원 금품을 주고받은 계약 브로커로 암약한 4명을 변호사법 위반, 부정처사 후 수뢰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브로커 중 1명은 참사 직후 출국, 인터폴 수배까지 내려져 90일 만에 검거되기도 했다.

조합·관련 업체 관계자·석면 감리 등 5명도 불구속 입건, 검찰로 넘겼다.

이후 재판에 넘겨진 브로커 등은 징역 2년~4년 6개월, 억대 추징금을 선고 받았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광주지법이 27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붕괴참사 현장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하청업체 현장 관리자와 재하청 업체 굴착기 기사에 대해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2021.08.27. hgryu77@newsis.com

◇ '복마전' 재개발조합 비위까지 수사 확대

경찰은 원청업체의 입찰 방해, 하도급 업체 간 담합행위, 공사금액 부풀리기, 정비사업전문업체 배임 등 재개발사업 전반의 구조적인 불법 행위로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은 각종 공사 수주업체와 브로커들 사이에 수 억원대의 금품이 오가고, 실제 공사 없이 지분만 챙기는 공사업체간 입찰 담합 행위를 확인했다.

또 학동 3·4구역 재개발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업체 대표가 청탁성 용역 발주, 납품 단가 부풀리기 등을 주고 받은 사실도 수사로 규명됐다. 시 소유 주택을 무허가인 것처럼 꾸며 잔여 입주 세대(보류지)를 나눠갖는 등 재개발 조합 비위 백태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경찰은 원청업체 관계자 1명, 조합 관계자 5명, 정비업체 2명, 하청업체 관계자 등 13명을 건설산업기본법위반, 도시·주거환경정비법 위반,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광주경찰은 앞으로도 광주 전역 재개발사업 관련 비리 첩보 수집을 강화하고 비리 사건은 엄정 수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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